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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독했던 폭염이 물러나니 본격 ‘산책 지옥’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강아지들도 서늘한 바람을 느끼는지 부쩍 산책을 조르는데요, 혹시 가을철 산책에서 반려인들이 주의할 점이 있을까요?
A. 반려견과 함께 기분 좋은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왔습니다. 산책을 하다 보면 예쁘게 핀 코스모스와 천일홍을 볼 수 있죠. 시원한 날씨에 반려인들과 외출에 나선 멍멍이들은 한껏 신이 나서 흐드러진 억새숲 사이를 뛰어다니기도 합니다. 이렇게 유쾌한 가을철 산책에서도 유의할 것들이 있습니다. 바로 가시가 달린 열매와 씨앗을 가진 식물들입니다.
식물은 추운 겨울을 내기 위해 준비하면서 양분을 뿌리로 보내고 앙상해지는데요, 이렇게 마른 꽃이나 열매 가운데서는 가시가 달려 있어 사람의 옷이나 신발에 잘 들러붙는 것들이 있습니다. 사람은 그저 툭툭 털어내거나 뽑아내면 그만이지만, 복슬복슬한 털을 지닌 강아지들은 난처합니다.
털에 매달린 가시들을 떼어내는 게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가시가 꽉 들러붙으면 스스로 떨어지지 않고, 목욕을 해도 물에 씻겨내려 가지 않기 때문에 반려인들이 하나하나 손으로 떼어줘야 합니다. 이러한 성가심 이외에도 가시들은 반려동물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습니다.
‘범인’은 주로 도깨비바늘, 억새, 갈대와 같은 식물들입니다. 모두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잘 자라며 거주지 인근 공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먼저 식물이 어떻게 개의 몸에 달라붙을 수 있는지 한해살이풀인 도깨비바늘은 바늘 모양의 가늘고 긴 열매 모양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합니다. 열매 끝에 아래를 향한 2~4개의 까끄라기가 있어 동물의 몸을 비롯한 여러 물체에 잘 달라붙는데, 이렇게 다른 존재의 힘을 빌려 이동하며 씨앗을 퍼뜨리고 번식을 하게 됩니다.
갈대와 억새는 여러해살이 풀로 뿌리도 억세고 굵으며 재생력도 강합니다. 가을철 성묘를 할 때도 가장 애를 먹이는 풀이기도 하죠. 생김새가 비슷해 헛갈릴 수 있는데, 보통 갈대는 습지에서 자라지만 억새는 산과 능선 등 고지에서 자라납니다. 갈대는 꽃이 고동색이나 갈색이고, 억새는 은빛이나 흰빛을 띠는 것도 다른 점입니다. 억새나 갈대 씨앗의 가시는 밑동이 뾰족하고 위쪽으로 벌어지는 형태로 생겼는데, 어딘가에 박히면 쉽게 빠지지 않습니다. 마치 화살촉과 같은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식물의 열매나 씨앗에 돋은 가시가 반려견의 몸속에 침투할 때 발생합니다. 몸에 스치면 피부 속으로 파고들 수도 있고, 발바닥 패드나 발가락 사이에 박힐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몸속에 박히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호흡과 함께 흡입하는 경우입니다. 풀이 많은 곳에서 입을 크게 벌리고 달리거나 몸에 붙은 식물 가시를 떼려 혀로 핥다가 먹게 되는 것이죠.
체내에 들어간 가시는 식도와 같은 상부 소화기에 걸릴 수도 있지만 드물게 기도를 통해 폐로 들어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꼭 피부나 구강으로 침투하는 것뿐 아니라 코, 눈, 귀 등 개방된 신체 부위 어느 곳으로나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몸속에 한 번 들어간 가시는 저절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많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비슷한 골칫거리가 발생하는데요, 미국에서는 뚝새풀 혹은 폭스테일(Foxtail)이라고 하는 식물의 가시가 반려동물에게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발견되는 이 식물이 개의 발과 귀·코·눈, 심지어 생식기로 침입해 감염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피해는 꽤 빈번한 편이어서 지난 10년간 뚝새풀에 찔린 반려견의 건강을 조사한 결과, 가시에 찔린 뒤 심각한 건강 문제로 악화한 비율이 전체의 0.25%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식물로부터 온 가시 등은 개의 몸속에서 자연 분해되지 않습니다. 고약하게도 몸속에서 조금씩 이동하면서 감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결국 수술로 제거를 해야 합니다. 발가락이나 피부로 들어간 가시는 촉진과 초음파를 통해서, 기도나 폐로 내려간 가시는 내시경과 시티(CT·컴퓨터단층촬영)와 같은 영상진단 검사를 이용해 진단을 내린 뒤 외과적으로 제거해야 하는 것이죠. 감염이 일어난 경우라면 이에 대한 처치도 해야 하고요.
그렇다면 이런 감염과 피해를 예방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먼저 ①반려견과 산책할 때는 풀이 많은 곳을 피해주시고 ②산책 뒤에는 털 속과 발바닥 부위를 꼼꼼하게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열매나 꽃, 가시가 보인다면 최대한 빨리 손으로 제거를 해주시는 편이 좋겠죠. ③ 산책 후엔 개가 불편한 점이 없는지 살피는 것도 중요합니다. 발을 땅에 제대로 디디지 못하거나 발바닥을 계속 핥는다면 가시로 인한 통증이나 염증이 아닌지 동물병원을 찾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원 할 때는 산책 장소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시면 진단에도 도움이 된답니다.
신나는 산책도 좋지만 다녀와서 발바닥, 발가락 사이까지 꼼꼼하게 살피는 반려인의 관심과 부지런한 돌봄이 우리 강아지들을 건강하게 보살필 수 있다는 점 잊지 마시고요. 반려견들의 ‘꼬순내’ 지키기, 가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권혁호 수의사 hyeokhoeq@gmail.com
출처:한겨례(https://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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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독했던 폭염이 물러나니 본격 ‘산책 지옥’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강아지들도 서늘한 바람을 느끼는지 부쩍 산책을 조르는데요, 혹시 가을철 산책에서 반려인들이 주의할 점이 있을까요?
A. 반려견과 함께 기분 좋은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왔습니다. 산책을 하다 보면 예쁘게 핀 코스모스와 천일홍을 볼 수 있죠. 시원한 날씨에 반려인들과 외출에 나선 멍멍이들은 한껏 신이 나서 흐드러진 억새숲 사이를 뛰어다니기도 합니다. 이렇게 유쾌한 가을철 산책에서도 유의할 것들이 있습니다. 바로 가시가 달린 열매와 씨앗을 가진 식물들입니다.
식물은 추운 겨울을 내기 위해 준비하면서 양분을 뿌리로 보내고 앙상해지는데요, 이렇게 마른 꽃이나 열매 가운데서는 가시가 달려 있어 사람의 옷이나 신발에 잘 들러붙는 것들이 있습니다. 사람은 그저 툭툭 털어내거나 뽑아내면 그만이지만, 복슬복슬한 털을 지닌 강아지들은 난처합니다.
털에 매달린 가시들을 떼어내는 게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가시가 꽉 들러붙으면 스스로 떨어지지 않고, 목욕을 해도 물에 씻겨내려 가지 않기 때문에 반려인들이 하나하나 손으로 떼어줘야 합니다. 이러한 성가심 이외에도 가시들은 반려동물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습니다.
‘범인’은 주로 도깨비바늘, 억새, 갈대와 같은 식물들입니다. 모두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잘 자라며 거주지 인근 공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먼저 식물이 어떻게 개의 몸에 달라붙을 수 있는지 한해살이풀인 도깨비바늘은 바늘 모양의 가늘고 긴 열매 모양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합니다. 열매 끝에 아래를 향한 2~4개의 까끄라기가 있어 동물의 몸을 비롯한 여러 물체에 잘 달라붙는데, 이렇게 다른 존재의 힘을 빌려 이동하며 씨앗을 퍼뜨리고 번식을 하게 됩니다.
갈대와 억새는 여러해살이 풀로 뿌리도 억세고 굵으며 재생력도 강합니다. 가을철 성묘를 할 때도 가장 애를 먹이는 풀이기도 하죠. 생김새가 비슷해 헛갈릴 수 있는데, 보통 갈대는 습지에서 자라지만 억새는 산과 능선 등 고지에서 자라납니다. 갈대는 꽃이 고동색이나 갈색이고, 억새는 은빛이나 흰빛을 띠는 것도 다른 점입니다. 억새나 갈대 씨앗의 가시는 밑동이 뾰족하고 위쪽으로 벌어지는 형태로 생겼는데, 어딘가에 박히면 쉽게 빠지지 않습니다. 마치 화살촉과 같은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식물의 열매나 씨앗에 돋은 가시가 반려견의 몸속에 침투할 때 발생합니다. 몸에 스치면 피부 속으로 파고들 수도 있고, 발바닥 패드나 발가락 사이에 박힐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몸속에 박히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호흡과 함께 흡입하는 경우입니다. 풀이 많은 곳에서 입을 크게 벌리고 달리거나 몸에 붙은 식물 가시를 떼려 혀로 핥다가 먹게 되는 것이죠.
체내에 들어간 가시는 식도와 같은 상부 소화기에 걸릴 수도 있지만 드물게 기도를 통해 폐로 들어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꼭 피부나 구강으로 침투하는 것뿐 아니라 코, 눈, 귀 등 개방된 신체 부위 어느 곳으로나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몸속에 한 번 들어간 가시는 저절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많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비슷한 골칫거리가 발생하는데요, 미국에서는 뚝새풀 혹은 폭스테일(Foxtail)이라고 하는 식물의 가시가 반려동물에게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발견되는 이 식물이 개의 발과 귀·코·눈, 심지어 생식기로 침입해 감염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피해는 꽤 빈번한 편이어서 지난 10년간 뚝새풀에 찔린 반려견의 건강을 조사한 결과, 가시에 찔린 뒤 심각한 건강 문제로 악화한 비율이 전체의 0.25%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식물로부터 온 가시 등은 개의 몸속에서 자연 분해되지 않습니다. 고약하게도 몸속에서 조금씩 이동하면서 감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결국 수술로 제거를 해야 합니다. 발가락이나 피부로 들어간 가시는 촉진과 초음파를 통해서, 기도나 폐로 내려간 가시는 내시경과 시티(CT·컴퓨터단층촬영)와 같은 영상진단 검사를 이용해 진단을 내린 뒤 외과적으로 제거해야 하는 것이죠. 감염이 일어난 경우라면 이에 대한 처치도 해야 하고요.
그렇다면 이런 감염과 피해를 예방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먼저 ①반려견과 산책할 때는 풀이 많은 곳을 피해주시고 ②산책 뒤에는 털 속과 발바닥 부위를 꼼꼼하게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열매나 꽃, 가시가 보인다면 최대한 빨리 손으로 제거를 해주시는 편이 좋겠죠. ③ 산책 후엔 개가 불편한 점이 없는지 살피는 것도 중요합니다. 발을 땅에 제대로 디디지 못하거나 발바닥을 계속 핥는다면 가시로 인한 통증이나 염증이 아닌지 동물병원을 찾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원 할 때는 산책 장소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시면 진단에도 도움이 된답니다.
신나는 산책도 좋지만 다녀와서 발바닥, 발가락 사이까지 꼼꼼하게 살피는 반려인의 관심과 부지런한 돌봄이 우리 강아지들을 건강하게 보살필 수 있다는 점 잊지 마시고요. 반려견들의 ‘꼬순내’ 지키기, 가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권혁호 수의사 hyeokhoeq@gmail.com
출처:한겨례(https://ww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