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ㅣ"길고양이 집 만들자" "주차장은 안돼"…갈등 커지는 계절 왔다

20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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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소재 A아파트에 사는 김나진씨(43·가명)는 아파트 내 길고양이를 돌본 지 1년이 됐다. 김씨는 매일 아침 아파트 주차장 구석에 고양이 사료를 일회용 접시에 담아 둔다. 지난 10월 말 김씨는 다가오는 겨울을 대비해 고기로 만든 캔 통조림에 감기약을 섞은 ‘특식’도 준비했다. 지난겨울 추운 날씨에도 정처 없이 떠돌던 고양이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씨는 “이번 겨울은 지난겨울보다 더 춥다는데 고양이들이 감기라도 안 걸렸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사람이 없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 고양이를 챙긴다”고 말했다.

올겨울 혹한이 예상되면서 동물보호단체들은 길고양이의 겨울집을 마련하는 등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길고양이 돌봄을 둘러싼 계속되는 갈등에 공존을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부 시민은 길고양이가 늘어나면 주민 생활에 불편을 초래한다며 반대한다.

동물보호단체 등에선 겨울에 대비해 길고양이 보금자리 마련 및 중성화(TNR) 사업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는 지난달부터 길고양이 ‘겨울집’을 공동구매하고 있다. 겨울집은 단열재 등을 이용해 만들어 고양이가 따뜻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다. 고의적 훼손을 막기 위해 눈에 잘 띄지 않는 검은색 등 어두운색으로 만들고 열안정성이 뛰어난 스티로폼 등의 소재를 이용하기도 한다. 동물권 단체 카라는 지난달 30일부터 6개월 이상 길고양이 보호 활동을 한 활동가 50명에게 길고양이 겨울집을 지원하고,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이어왔다. 

반면에 일부 주민들은 공용공간인 주차장 등에서 고양이를 돌보는 것이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길고양이 돌봄에 모든 주민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A아파트에 사는 한모(29)씨는 “고양이를 돌본다는 취지는 이해가 간다”면서도 “쓰레기봉투를 뜯어놓는 등 다른 주민에게 피해가 간다면 길고양이 돌봄을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주민 김모(27)씨는 “주차장은 고양이를 위한 공간이 아니다”라며 “길고양이가 차 밑이나 안에 들어올까 봐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길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동물학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달 충남 천안에선 ‘쓰레기봉투를 자꾸 뜯는다’는 이유로 쇠막대기로 고양이를 때리고 담뱃불로 머리를 지진 30대 남성이 경찰에 검거됐다. 지난 5월 전남 영암에선 사냥용 공기총으로 길고양이 2마리를 쏜 60대 남성 B씨가 경찰에 검거됐다. B씨는 경찰에 “길고양이 때문에 피해가 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는 길고양이를 중성화한 뒤 돌려보내는 등 인간과 길고양이의 공존을 위한 지속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존하는 길고양이를 마냥 방치하는 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는 “겨울집 마련이나 중성화는 길고양이가 인간의 영역에 침범하지 않는 데 도움이 된다”며 “현존하는 길고양이의 건강한 삶을 보장할 수 있고, 시민들이 길고양이로부터 피해를 보는 일을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과 길고양이 모두를 위한 일이라는 데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출처: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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